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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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걸음으로 가는 인생.....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14-10-23     조회 : 3,412  

교리신학원을 다닐 때 어느 교수신부님께서 그러셨다.

'인생이라는 것은 뒷걸음과 같다.' 모두들 앞을 향해 간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보지못하고,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한체 뒷걸음으로 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넘어지거나, 상처를 입어도 그 시간을 지난 후에야 무엇에 걸려 넘어졌는지 알게 되는 것처럼,

내가 지나온 것이 무엇인지 그 장소를 지난 후에나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뒷걸음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정말 그때는 내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에서, 왜 살고 있는지 몰랐던 때가 너무도 많았다.

지금도 왜 이런 일이 내게 벌어지는지 알지 못할 때가 많다.

그렇게 살면서 어느 순간이 지나면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면서

정말 지나온 삶으로 나를 알아가고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되고 싶은 내가 있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나로 살았는지, 아니면 너무나 벗어난 다른 길로 접어들어 살고 있는지.

아마 수도자의 삶을 살지않았다면, 내가 모르는 상태로 나의 삶을 산다는 것이 나로하여금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인생이 뒷걸음질이라는 말에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삶의 주인은 나라고 생각하고

살았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수도회에서 수도자로 살 수 있는 은총을 받았다.

그리고 뒷걸음질이어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다.  내게는 나에게서 절대로 눈을 떼지않으시는 내 삶의 주인이

따로 계시기 때문이다.  간혹 나는 넘어지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분이 아시고도 치우지 않으신 것은 내가 넘을 수 있는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았다.

뒷걸음질 후 내가 지나온 길을 보게 되니, 정말 나는 아무것도 모른체 내게 주어진 길을 살고 있었구나 싶다.

내 의지대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떤 길로 가고 싶다고 끝없이 이야기를 하면 그 길로 나를 인도해주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는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보지 못하지만 그분은 이미 보고 계실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