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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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의 희망프로젝트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14-10-29     조회 : 3,623  

어느날 정말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좌절감으로 성당에 앉아 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앉아서 내가 불쌍하고 또 불쌍한 것이 도대체 이런 세상에서 어찌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고 보니, 나보다 더 불쌍한 분이 십자가에 그것도 못에 박혀서 가시관을 쓰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달려 계시는 것이 아닌가! 

멍하니 쳐다보며, '예수님, 당신은 뭐하러 거기 그렇게 달려계십니까?'하고 물었다.

한심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한 것이 그분이나 나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눈이 흘렀다.  처음부터 계속해서 가슴이 먹먹하고, 머리가 무겁고, 그런데도 온몸은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그 머리와 가슴을 어찌 바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물었다.

'예수님, 당신은 뭘 보셨길래 거기 그렇게 달려계십니까? 이 인간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다고 당신 목숨을

이런 빌어먹을 인간들을 위해 내 놓고 가셨습니까? 평생을 그리 살다가 거기 그렇게 높이 달려 계시면서

그래 거기서 무엇을 보셨길래 숨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아버지께 우리를 위해 비셨습니까? 아직도 이 모양새로

살고 있는데 억울하지도 않으십니까?'

울분이었는지, 한탄이었는지, 투정이었는지 알 수도 없는 말을

나는 소리도 못내고 하면서 온 얼굴을 눈물로 적셨었다. 한참을 그렇게 닦아내지도 못한 눈물로 얼굴이며

앞섶을 적신체 멍하니 앉았던 내게 갑자기 날벼락을 맞듯, 번개처럼 대답이 들렸다(느꼈다? 어쨌든..).

'희망이 안보여서 내가 왔단다.  도저히 스스로 희망을 찾을 수 없는 너희가 너무도 가련해서 내가 이렇게

여기 메달리게 된 것이란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오~ 정말 나는 머리를 아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그렇구나, 그런 것이었구나.  희망이 뭔지도 모르고, 그러니 찾을수도 없던 우리가 불쌍하고 가련해서 그래서

당신이 오신 것이었구나.  당신을 보며 희망을 가지라고, 바로 당신이 희망이라고.'

바로 그것이었다.  당신이 '희망'이셨던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저들을 어찌하나,

나를 어쩌나, 세상을 어쩌나 걱정만 했었는데...그것은 다 희망이 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도와주고 싶어도, 어찌해야할지 몰랐던 것은, 그들이 필요한 것도,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해야할지, 무엇을

나눠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뻥 뚤리듯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이다.  바로 '희망'이 되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주님처럼!!!

함께 있어주고, 함께 울어주고, 함께 웃어주고,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고, 현재를 나누면서 그렇게!!

그게 그렇게 쉽냐고 누군가 물을 것이다.  물론 어렵다.  오죽했으면 하느님이신 주님께서 죽기까지

하셨을까! 그러니 나는 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주 마음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개운해졌다.

왜냐면 어차피 나는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겠노라 했고, 그러면 그분이 하신대로 따라하는 따라쟁이가

되는 것이 내겐 정도이다.  그러니 어쨌든 내겐 모범답안이 있는 격이니 한번 살아보는 거다. 뭐 최악의

경우가 죽는 것일텐데 그것이 이미 모범답안에 나와 있으니, 그것도 뭐..........음............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니 인생 무서울 것이 없어졌었다.  성당 밖에 있던 그들이나, 성당안에서 질질짜던

나나 예수님 보시기엔 가련해보이긴 마찮가지 인생이었던 것이다.  다만 한가지 달라졌다면, 나는 이제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희망을 살 방법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좀 더 희망적(?)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날 이후 나는 행복해졌고, 사람들을 보면서도 걱정보다는 웃는 얼굴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나를 보면 살맛이 난단다.  그럼 된 것 아닌가? 그게 바로 희망일테니

말이다. 이게 바로 시작일 것이다..................예수님의 희망프로젝트!!